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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보기

행복한삶누리기 2025. 6. 24. 10:06

등장인물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기상천외한 여정을 함께하며 겪는 모험을 그린 소설입니다. 각 인물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합리주의, 인간적인 감성, 그리고 사회 시스템을 상징하며, 이들의 조화와 갈등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인 필리어스 포그는 영국 런던에 사는 부유하고 미스터리한 신사입니다. 그의 삶은 마치 기계처럼,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수학적인 정확성으로 운영됩니다. 그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침착하며, 오직 이성과 논리에 따라 행동합니다. 리폼 클럽의 회원들과 '80일 만에 세계를 일주할 수 있다'는 2만 파운드의 내기를 한 후, 그는 자신의 전 재산 절반을 걸고 즉시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이 거대한 모험조차 하나의 시간표를 완수하는 과업처럼 여기며,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강철 같은 의지와 합리성의 화신입니다.

포그의 충직한 하인인 장 파스파르투는 주인공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는 인물입니다. 프랑스인인 그는 정직하고 유머러스하며, 감정이 풍부하고 말수가 많습니다. 그는 곡예사, 소방수 등 파란만장한 과거를 청산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포그의 하인으로 들어오지만, 출근 첫날부터 세계 일주라는 거대한 모험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는 주인에 대한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지만, 호기심 많고 순진한 성격 탓에 종종 사건에 휘말리며 포그의 계획에 예기치 않은 변수를 제공합니다. 그의 인간적인 시선과 유쾌한 실수는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며, 냉철한 포그의 세계에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스코틀랜드 야드의 형사인 픽스는 이들의 여정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최근에 발생한 대규모 은행 강도 사건의 범인이 필리어스 포그라고 굳게 믿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따라다닙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적 신념에 따라 포그의 여정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미지만, 때로는 그의 방해가 역설적으로 포그 일행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는 당시 사회 시스템의 맹점과 한번 고정된 편견이 얼마나 끈질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구출된 아름다운 파르시족 여성 아우다는 이들의 여정에 합류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지적이고 고상하며, 자신을 구해준 포그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점차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녀의 존재는 포그의 기계와도 같던 삶에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가치, 즉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1872년 런던, 정확성과 규칙적인 생활의 화신인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자신이 속한 리폼 클럽에서 동료 회원들과 신문을 읽으며 시작됩니다. 당시 새롭게 개통된 철도 노선들 덕분에 80일 만에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는 기사를 두고 벌어진 논쟁에서, 포그는 자신의 전 재산의 절반인 2만 파운드를 걸고 직접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엄청난 내기를 합니다. 그는 그날 밤 8시 45분, 하인으로 막 고용한 파스파르투와 함께 단출한 가방 하나만을 든 채 런던을 떠납니다.

그들의 여정은 기차와 증기선을 갈아타며 수에즈, 봄베이, 캘커타, 홍콩, 요코하마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험난한 경로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예상치 못한 추격자가 붙습니다. 런던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포그를 지목한 픽스 형사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 것입니다. 픽스는 영국 영토에서 포그를 체포하기 위해 체포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교묘하게 그들의 여정을 방해합니다. 포그 일행은 픽스의 방해 공작뿐만 아니라 여러 난관에 부딪힙니다. 인도에서는 철도가 중간에 끊겨 코끼리를 사서 정글을 횡단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남편의 장례식 때 함께 산 채로 화장당할 위기에 처한 아우다 부인을 구출하게 됩니다. 이 일로 아우다가 여정에 합류하게 됩니다. 홍콩에서는 픽스의 계략에 빠진 파스파르투가 주인과 헤어져 홀로 일본 요코하마까지 가게 되지만, 곡예단에 취직한 그를 포그가 기적적으로 찾아내면서 다시 합류합니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 여행에서는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파스파르투가 납치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포그는 내기에 질 위험을 무릅쓰고 주저 없이 그를 구출하러 나서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에 도착했을 때, 픽스 형사는 드디어 포그를 체포합니다. 이로 인해 결정적인 시간이 지체되고, 얼마 후 진짜 은행 강도가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져 포그는 풀려나지만, 약속 시간이었던 12월 21일 저녁 8시 45분을 불과 5분 넘겨 런던에 도착합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포그는 내기에 패배하고 파산한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자책하는 아우다가 포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포그 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가 파스파르투에게 다음 날 결혼식 준비를 시키는 순간, 파스파르투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합니다. 바로 그들이 동쪽으로, 즉 해가 뜨는 방향으로 계속 여행했기 때문에 날짜 변경선을 지나오면서 하루를 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 아니라 아직 약속 날짜인 금요일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포그는 리폼 클럽으로 전력 질주하여 약속 시간 종료 직전 극적으로 도착하며 내기에서 승리합니다.

감상평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낙관주의와 기술 발전에 대한 경이를 담은, 시대를 초월한 모험 소설의 정수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가슴 뛰는 세계 여행으로 초대하여, 당시 최첨단 교통수단이었던 증기선과 기차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듯한 대리 만족과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필리어스 포그가 세운 정교한 여정 계획과 실제 여행에서 마주치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의 대비는 소설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이는 마치 잘 짜인 체스 게임처럼, 이성과 논리로 세계를 정복하려는 근대적 인간의 자신감을 상징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그치지 않고, '인간적인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처음에는 시간과 규칙만을 신봉하는 기계 같은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그에게 세계 일주는 명예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학 문제 풀이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여행 과정에서 그는 예기치 않은 인간적인 관계들을 맺게 됩니다. 충성스럽지만 실수투성이인 파스파르투를 위해 시간을 지체하고, 위험에 처한 아우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겁니다. 이러한 선택들은 그의 계산된 세계에 '인간성'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끌어들입니다. 결국 그가 내기에서 이겨 얻은 2만 파운드보다 더 값진 것은, 여행 중에 얻은 아우다와의 사랑이었습니다. 쥘 베른은 이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합리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우리를 진정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 우정, 신뢰와 같은 인간적인 유대임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포그는 시간을 정복하려 했지만, 마지막에 그를 구한 것은 그가 정복했다고 믿었던 시간의 또 다른 속성, 즉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날짜 변경선이라는 자연의 법칙이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정밀한 계산조차도 거대한 자연의 질서 안에 있음을 암시하는 재치 있는 결말입니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빠른 전개와 생생한 묘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보편적인 메시지는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왜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증명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도전 정신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즐겁고도 유익한 안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