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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등장인물 줄거리

행복한삶누리기 2025. 7. 1. 09:30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와 더불어 서양 문학의 양대 기둥을 이루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서사시입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간의 파란만장한 모험을 노래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흥미진진한 판타지 모험담을 넘어섭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신과 자연의 온갖 시련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집'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으로 회귀하려는 처절한 투쟁의 기록입니다. 지혜와 인내로 운명에 맞서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3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문학 작품에 영감을 주며 '인생'이라는 기나긴 항해의 가장 강력한 원형으로 남아있습니다.

등장인물

  • 오디세우스 (Odysseus): 이타카의 왕이자 이 서사시의 주인공. 힘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뛰어난 지혜와 계략(메티스, metis)으로 유명한 영웅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10년 동안 바다를 표류하며 키클롭스, 키르케, 세이렌 등 수많은 괴물과 신들의 시험에 직면합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불굴의 의지와 인간적 인내심을 상징합니다.
  • 페넬로페 (Penelope): 오디세우스의 아내. 남편이 없는 20년 동안 100명이 넘는 무례한 구혼자들의 압박을 견뎌내며 정조와 왕국을 지켜낸 현명하고 강인한 여성입니다. 그녀는 밤마다 낮에 짰던 수의(壽衣)의 실을 풀어헤치는 기지를 발휘하여 시간을 버는 등, 남편 못지않은 지혜로 시련에 맞서는 '충절'과 '지성'의 상징입니다.
  • 텔레마코스 (Telemachus): 오디세우스의 아들. 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날 때 갓난아기였던 그는, 소설의 초반부에서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무력하게 구혼자들의 횡포를 지켜보는 소년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의 격려를 받아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점차 왕자다운 위엄과 용기를 갖춘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 아테나 (Athena): 지혜와 전쟁의 여신. 오디세우스를 특별히 아끼는 그의 수호신입니다. 그녀는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 부자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고, 변신을 통해 직접적으로 그들을 도우며 여정의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신성한 지혜'와 '조력'을 상징합니다.
  • 포세이돈 (Poseidon): 바다의 신이자 오디세우스의 가장 큰 적대자. 자신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오디세우스에게 분노하여,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끊임없이 방해합니다. 그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위협'이자 '신의 분노'를 상징합니다.
  • 키클롭스, 키르케, 칼립소 등: 오디세우스가 여정 중에 만나는 수많은 신화적 존재들. 외눈박이 거인, 인간을 돼지로 만드는 마녀, 영생을 약속하며 그를 7년간 붙잡아두는 님프 등은,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마주치게 되는 온갖 유혹과 위험, 그리고 극복해야 할 장애물을 상징합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인 메디아스 레스, in medias res 기법).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님프 칼립소의 섬에 7년째 붙잡혀 있고, 그의 고향 이타카에서는 수많은 구혼자들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며 왕국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아 처음으로 긴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한다. 한편, 신들의 회의 결정에 따라 오디세우스는 마침내 칼립소의 섬에서 풀려나 뗏목을 만들어 출항하지만, 포세이돈의 분노로 또다시 난파당한다. 그는 파이아케스인들의 땅에 표류하게 되고, 그곳의 왕과 왕비 앞에서 지난 10년간의 놀라운 모험담을 들려주는 긴 회상을 시작한다.

이 회상 속에서 그는 로토스를 먹는 자들의 섬,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동굴 탈출, 남자를 돼지로 만드는 마녀 키르케와의 만남, 저승 세계 방문,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해 죽이는 세이렌의 시험, 그리고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통과한 이야기 등을 풀어놓는다. 그의 이야기에 감동한 파이아케스인들은 오디세우스를 배에 태워 마침내 이타카 섬으로 데려다준다.

고향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으로 늙은 거지로 변장한 뒤, 구혼자들의 오만함과 하인들의 충성심을 시험한다. 아들 텔레마코스와 감격적으로 재회한 그는 복수를 계획한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오디세우스의 강궁(强弓)으로 화살을 쏘아 12개의 도끼 자루 구멍을 통과시키는 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구혼자 중 누구도 활시위조차 당기지 못하자, 거지 행색의 오디세우스가 나서 손쉽게 활을 쏘아 과녁을 명중시킨다. 그는 즉시 정체를 드러내고, 텔레마코스와 충성스러운 하인들과 함께 100명이 넘는 구혼자들을 모두 처단하는 피의 복수를 감행한다. 마침내 그는 현명한 아내 페넬로페와 재회하고, 부부 침대의 비밀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며 20년간의 긴 이별을 끝낸다. 아테나가 이타카에 평화를 선포하면서 대서사시는 막을 내린다.

감상평

'오디세이아'의 생명력은 '집으로의 귀환(Nostos)'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갈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디세우스에게 '집'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 그리고 왕으로서의 지위가 있는 삶의 근원이다. 온갖 유혹과 시련은 바로 이 '집'이라는 목적지를 잊게 만들려는 힘이며, 오디세우스의 처절한 투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서사시가 찬미하는 영웅성은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가 보여준 용맹이나 힘과는 결이 다르다. 오디세우스의 가장 큰 무기는 그의 '지혜'와 '인내'다. 그는 키클롭스를 힘이 아닌 기지로 속여 탈출하고,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를 돛대에 묶는다. 호메로스는 복잡하고 위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고의 덕목이 단순한 힘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지성과 불굴의 정신력임을 역설한다.

또한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는 '정체성 탐구'와 '성장'이라는 주제를 선명히 보여준다. 20년간의 방랑은 오디세우스에게서 영웅이라는 칭호와 부하, 재산을 모두 빼앗고 오직 '알몸의 인간'으로 살아남게 한다. 텔레마코스의 여정 역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한 남자의 성장담 그 자체다.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명의 DNA에 각인된 이야기의 원형이다. 모험, 역경, 귀환이라는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구조는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영화와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이 단순히 신화 속 영웅의 모험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이라는 여정을 상징하는 가장 위대한 은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집을 떠나 방황하고, 시련을 겪으며, 마침내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길잡이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