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는 1959년 캔자스의 작은 시골 마을 홀컴에서 일어난 클러터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을 다룬, 20세기 미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커포티는 이 작품을 '논픽션 노블'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방대한 양의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파고들고, 소설적인 서사 기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건 관계자들을 심층 취재하여, 평온했던 한 가족의 마지막 날들과, 그들을 무참히 살해한 두 범인의 행적을 교차하며, 독자를 차갑고도 냉정한 비극의 중심으로 이끕니다.
등장인물 (실존 인물)
- 클러터 가족 (The Clutter Family): 캔자스의 부유한 농장주 가족이자 이 비극의 희생자들. 존경받는 지역사회 지도자였던 가장 허버트 클러터, 우울증을 앓던 아내 보니, 그리고 마을의 인기인이었던 10대 자녀 낸시와 케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성실하고, 신앙심 깊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아메리칸드림'의 이상적인 표본과도 같은 가족입니다.
- 페리 스미스 (Perry Smith): 두 명의 살인범 중 한 명. 그는 불행한 유년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복합적이고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보물 지도를 찾아다니는 등 예술가적인 몽상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억압된 분노와 폭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커포티가 그려내는 그의 복잡한 내면은 이 책의 핵심을 이룹니다.
- 리처드 "딕" 히콕 (Richard "Dick" Hickock): 페리의 범죄 파트너. 그는 교도소에서 페리에게 클러터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범죄를 계획한 인물입니다. 겉보기에는 자신감 넘치고 실용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천박하고 피상적이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보입니다.
- 앨빈 듀이 (Alvin Dewey): 캔자스 수사국(KBI)의 수사관으로, 이 사건의 해결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무너진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 이야기의 도덕적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 홀컴 마을 (The Town of Holcomb): 사건이 벌어진, 평화롭고 순박했던 시골 마을. 이 끔찍한 범죄는 마을의 순수를 영원히 파괴하고, 주민들이 서로를 불신하며 문을 잠그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줄거리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을 본 사람들: 소설은 1959년 11월 14일, 클러터 가족의 평범하고도 행복했던 마지막 하루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시에, 전과자인 페리 스미스와 딕 히콕이 클러터가에 현금이 가득 든 금고가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캔자스를 가로질러 홀컴으로 향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1부의 마지막은, 네 명의 가족이 모두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끔찍한 아침으로 끝난다.
2부. 신원 불명의 사람들: 클러터 가족 살인사건은 아무런 동기도, 단서도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 평화롭던 홀컴 마을을 공포와 불신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앨빈 듀이 수사관을 중심으로 한 수사팀의 고된 수사 과정과, 범행 후 멕시코 등으로 도주하며 점점 더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페리와 딕의 행적이 교차된다.
3부. 해답: 딕의 옛 교도소 동료였던 플로이드 웰스가 결정적인 제보를 하면서, 수사망은 페리와 딕을 향해 좁혀진다. 전국적인 추적 끝에 두 사람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체포된다. 이후, 작가는 두 사람이 수사관에게 털어놓는 상세한 자백을 통해, 끔찍했던 살인의 밤에 벌어졌던 일들을 냉정하고 세밀하게 재구성한다.
4부. 구석: 마지막 장은 재판과 유죄 판결, 그리고 페리와 딕이 사형수로 복역하며 보낸 수년간의 시간을 다룬다. 커포티는 그들의 심리 상태, 실패한 항소 과정, 그리고 마침내 1965년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책은 듀이 수사관이 클러터 가족의 묘지를 찾아가, 이 모든 비극의 무의미함을 되새기는 쓸쓸한 장면으로 끝난다.
감상평
'인 콜드 블러드'가 문학계에 던진 가장 큰 충격은 '논픽션 노블'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창조에 있다. 커포티는 소설가의 기법—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심리 묘사, 대화의 재구성, 극적인 서사 구조—을 사용하여 실제 사건을 다룸으로써,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건을 멀리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비극 소설을 읽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은 미국의 두 얼굴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클러터 가족이 성실함과 신앙으로 대표되는 안정된 '아메리칸드림'의 밝은 면이라면, 페리와 딕은 가난과 폭력, 그리고 기회의 부재 속에서 자라난, 그 꿈의 어두운 이면이다. 이 두 세계의 충돌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미국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사회적 논평으로 확장된다.
또한 이 책은 '악의 평범성'과 복잡성을 탐구한다. 범행의 동기는 '금고'라는 헛된 망상에서 비롯되었을 뿐, 지극히 하찮았다. 커포티는 범인들을 단순한 괴물로 묘사하는 대신, 특히 페리 스미스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과 예술가적 감수성을 깊이 파고든다. 이는 독자를 흉악한 살인범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불편한 위치로 이끌며, 폭력의 근원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일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인 콜드 블러드'는 미국 문학이 낳은, 냉정하고도 눈부신 걸작이다. 이 책은 흡입력 있는 범죄 실화인 동시에,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대한 심오한 명상이다. 트루먼 커포티의 치밀한 취재와 뛰어난 산문은, 폭력의 본질과 연민의 모호함, 그리고 문명과 혼돈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탐구하는, 잊을 수 없는 힘을 지닌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한 작은 마을의 순수를 영원히 파괴한 한 비극에 대한, 차갑고도 눈부신 해부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