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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등장인물 감상평

행복한삶누리기 2025. 7. 24. 23:37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는,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백색 질병'—눈앞이 암흑이 아닌, 온통 하얀 우윳빛으로 보이는—에 의해 사람들이 차례로 눈이 멀게 된다는, 충격적인 설정에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이 전염병이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고, 감염자들이 버려진 정신병원에 격리되면서, 인간 사회가 얼마나 빠르고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냉정하고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사라마구는 이 끔찍한 알레고리를 통해,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으며, 모든 사회적 질서가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되는지를 가차 없이 탐구합니다.

등장인물

사라마구는 의도적으로 등장인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안경을 쓴 여자' 등으로만 지칭함으로써, 이 이야기가 특정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우화임을 강조합니다.

  • 의사의 아내 (The Doctor's Wife): 이 소설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실질적인 주인공.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만이 눈이 멀지 않습니다. 그녀는 눈먼 남편을 따라가기 위해 자신도 눈이 먼 척하며 수용소로 들어갑니다. 그녀는 모든 끔찍한 광경을 홀로 목격하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성과 연민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 의사 (The Doctor): 백색 질병의 첫 환자를 진료했던 안과 의사. 그는 수용소 초기, 이성을 유지하며 질서를 잡으려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 검은 안경을 쓴 여자 (The Girl with the Dark Glasses): 수용소의 첫 수감자 그룹의 일원. 그녀는 강인하고 현실적인 인물로, 의사의 아내를 도와 그룹이 생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사팔뜨기 소년 (The Boy with the Squint): 부모 없이 홀로 수용소에 들어온 약한 존재. 그는 '의사의 아내'를 중심으로 한 작은 '가족'에게 보살핌을 받으며, 지켜야 할 인간성의 상징이 됩니다.
  • 악당 무리 (The Gang of Thugs): 수용소의 다른 병동을 장악한, 총을 가진 눈먼 자들의 무리. 그들은 배급되는 식량을 독점하고, 다른 수감자들에게 귀중품을 요구하다가, 마침내는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성폭행하는 등, 인간이 타락할 수 있는 최악의 야만성을 보여줍니다.

줄거리

이름 없는 도시, 한 남자가 운전 중 신호 대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 그의 시야는 온통 하얀 우유 바다처럼 변한다. 이 기이한 '백색 실명'은 접촉을 통해 빠르게 전염되기 시작한다.

정부는 극심한 공포에 빠져, 눈먼 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버려진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한다. 첫 번째 수감자 그룹에는 안과 의사와 그의 아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의사의 아내는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지만,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눈이 먼 척하고 수용소로 들어간다.

수용소 내부는 빠르게 생지옥으로 변한다. 음식 배급은 부족하고, 위생 시설은 마비되며, 눈먼 수감자들은 오물과 시체가 뒤섞인 혼돈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의사의 아내는, 자신이 속한 병동의 작은 그룹을 이끌고 보호하는 고통스러운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인간 사회의 붕괴는 다른 병동의 무장한 악당들이 식량을 독점하면서 최악의 국면을 맞는다. 그들은 음식을 대가로, 다른 병동의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유린하고 강간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의사의 아내는, 마침내 가위를 들어 악당 무리의 우두머리를 살해한다. 이후 다른 여성의 방화로 수용소에 큰불이 나고, 수감자들은 경비병들이 이미 모두 도망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깥세상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수용소 바깥의 도시 역시, 모든 사람이 눈이 멀어 완벽하게 붕괴된 상태였다. 도시는 쓰레기와 배설물, 시체로 가득한 거대한 폐허가 되어 있었다. 문명은 완전히 사라졌다.

의사의 아내는 자신이 돌보던 작은 '가족' 그룹을 이끌고, 끔찍한 도시를 헤매며 식량과 깨끗한 물, 그리고 잠자리를 찾아다닌다. 그들은 작은 친절과 연대를 통해, 짐승과 다름없어진 세상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소설의 마지막, 처음 눈이 멀었던 남자가 기적처럼 시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전염병이 물러가고 있었다. 도시가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의사의 아내는 창밖을 내다보며 이제는 자신이 눈이 멀 차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보아야만 했던 그녀의 지독한 책임감을 암시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감상평

사라마구는 '눈이 먼다'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현대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하고 허술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폭로한다. 서로를 보고 인식하며 지켜지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과 질서가 사라지자, 인간 사회는 순식간에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퇴행한다. 이 소설은 우리의 문명이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얇은 껍질에 불과할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를 보낸다.

소설 속 '실명'은 단지 육체적인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보지 못하는 이기심과 무관심, 이성적 판단의 마비 등,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온갖 종류의 정신적 '맹목'에 대한 강력한 은유다. 역설적으로,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세상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의사의 아내'만이,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진정한 '보는 자'의 도덕적 의무를 짊어진다.

또한 이 작품은 인간 본성의 양극단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수용소의 악당 무리들은 극한 상황이 어떻게 인간을 최악의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의 아내를 중심으로 한 작은 공동체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연대와 희생, 그리고 사랑과 같은 인간적인 가치가 어떻게 살아남아 빛을 발하는지를 감동적으로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읽는 내내 고통스럽지만, 책을 G은 후에는 깊은 성찰을 남기는 잊을 수 없는 소설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독특한 문체—쉼표와 마침표만으로 이어지는 긴 문장, 등장인물의 익명성—는 독자들마저 눈먼 자들의 혼란스러운 세계에 갇힌 듯한 답답하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우리 시대를 위한 강력하고도 필연적인 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