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죄와 벌』은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으로, 인간 내면의 죄의식과 구원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로쟈(로드리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는 가난한 대학 중퇴생으로, ‘위대한 사람은 도덕적 법칙을 초월할 수 있다’는 이론을 실험삼아 노파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한다. 그러나 그는 곧 죄책감과 정신적 불안 속에 시달리며 점점 파멸의 길로 빠진다. 소냐 마르멜라도바는 창녀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신앙과 사랑으로 라스콜니코프를 끝까지 이해하고 감싸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야기에서 구원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부도덕하고 탐욕적인 존재로, 라스콜니코프의 어두운 내면을 반영한다. 그의 여동생 두냐와 친구 라주미힌은 각각 도덕적 강인함과 인간적 따뜻함을 상징하며, 라스콜니코프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줄거리
이야기는 라스콜니코프가 도덕적 우월함이라는 명목 하에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살해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이 행위가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믿었지만, 살인 직후부터 강한 죄책감과 정신적 동요에 시달린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려 하지만, 내면의 고통은 점점 심해진다. 경찰의 압박,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속에서 그는 점차 자신의 범죄를 숨길 수 없게 되고, 결국 소냐에게 모든 것을 고백한다. 소냐는 그에게 신의 자비와 속죄의 길을 제안하며, 자수를 권유한다. 라스콜니코프는 내적 갈등 끝에 경찰서로 가 자백하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난다. 소냐는 그를 따라가며 헌신적으로 돌본다. 유형지에서의 삶과 소냐의 사랑을 통해 그는 점차 인간성과 신앙을 회복해 나간다. 소설은 외형상 범죄와 처벌의 이야기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간의 양심, 구원, 도덕적 책임을 중심으로 한 깊은 내면의 서사다.
감상평
『죄와 벌』은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윤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응축된 작품이다. 라스콜니코프는 시대와 사회의 불합리 속에서 ‘선한 목적을 위한 악행’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지만, 그의 실패는 곧 인간 본성의 본질을 보여준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이 죄를 짓고도 스스로를 속이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죄와 처벌은 법적 제재보다 내면의 양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소냐는 단순한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종교적 구원과 희생의 상징으로서 라스콜니코프의 갱생을 가능하게 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며, 다시 어떻게 일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깊이 있는 심리극이자 구원 서사다. 『죄와 벌』은 오늘날에도 도덕적 딜레마와 인간 심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