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19세기 후반 유럽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와 개인의 자각을 주제로 한 문제작이다. 주인공 노라 헬머는 겉보기엔 완벽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이지만, 내면에는 억눌림과 정체성 혼란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남편 토르발트에게 보호받는 ‘귀여운 인형’ 같은 존재로 여겨지며, 점차 그 역할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토르발트 헬머는 은행 간부로, 가부장적인 사고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노라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녀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다. 크리스티네 린데 부인은 노라의 친구로, 실용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여성으로 대조적이다. 크로그스타드는 노라가 과거에 저지른 위조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 갈등의 핵심에 있다. 이 외에도 닥터 랑크와 아이들 등의 인물들이 현실과 감정, 사회의 억압을 상징적으로 뒷받침한다.
줄거리
노라는 과거 남편 토르발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몰래 돈을 빌리고, 위조로 보증인을 꾸민 적이 있다. 이 사실이 토르발트에게 들킬까 불안해하던 중, 그 돈을 빌려준 크로그스타드가 그녀를 협박한다. 크로그스타드는 해고 위기에 처해 노라에게 자신의 직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탁하지만, 토르발트는 원칙을 고수하며 거절한다. 결국 크로그스타드는 진실을 폭로하는 편지를 토르발트에게 보내고, 노라는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토르발트는 진실을 알고 나서도 아내를 보호하려 하기보단 자신의 체면과 명예를 먼저 걱정한다. 이 장면에서 노라는 남편이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거나 사랑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결국 아이들과 가정을 떠난다. 마지막 장면, 노라가 문을 열고 나가는 ‘문 닫는 소리’는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여성 자각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감상평
『인형의 집』은 한 여성이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담은 혁명적인 작품이다. 입센은 단순한 가정 드라마가 아닌, 여성의 정체성과 자유, 자아의 각성을 무대로 끌어올리며, 당대 관객들에게 큰 논란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라의 결단은 ‘도덕적 배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선택’으로 해석되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해석과 토론을 낳고 있다. 특히 노라가 마지막에 문을 닫고 나가는 장면은 세계 연극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엔딩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 ‘나는 누구이며,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입센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개인이 사회적 틀을 넘어 자율적 존재로 살아가야 함을 보여주었으며, 『인형의 집』은 지금까지도 현대 연극과 페미니즘 논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