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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등장인물 줄거리

행복한삶누리기 2025. 7. 2. 09:05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은 한 위대한 왕이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운명에 맞서 싸우지만, 결국 그 운명에 의해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장엄하고도 끔찍한 비극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가장 완벽한 비극의 전범(典範)으로 꼽았을 만큼, 이 작품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치밀한 구성과 극적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을 압도합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한 인간의 영웅적인 노력이 오히려 자신을 파멸시키는 끔찍한 진실로 귀결되는 이 이야기는, 운명과 자유의지, 앎과 무지라는 인간 조건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남아있습니다.

등장인물

  • 오이디푸스 (Oedipus): 테베의 왕이자 비극의 주인공. 그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를 위기에서 구한, 명석하고 유능하며 백성을 아끼는 통치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의 지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오만, Hubris), 성급하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결점을 지녔습니다. 그는 도시를 구하기 위해 시작한 진실 추구라는 선한 의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자기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비극적 영웅입니다.
  • 이오카스테 (Jocasta): 오이디푸스의 아내이자 테베의 왕비. 그녀는 비극의 진실 속에서 오이디푸스의 생모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신탁이나 예언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주장하며 진실을 파헤치려는 오이디푸스를 만류합니다. 그녀는 끔찍한 진실을 외면하고 현재의 행복에 안주하려는 인물이지만, 결국 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국을 맞습니다.
  • 크레온 (Creon): 이오카스테의 오빠이자 오이디푸스의 처남. 그는 합리적이고 신중하며, 오이디푸스의 충실한 조언자입니다. 오이디푸스가 편집증적인 분노에 휩싸여 자신을 반역자로 몰아세울 때도, 그는 이성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며 오이디푸스의 격정적인 성격과 대조를 이룹니다.
  • 테이레시아스 (Tiresias): 눈이 먼 테베의 예언자. 그는 육체의 눈은 멀었지만, 신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영적인 눈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비극의 진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지만, 그것이 가져올 끔찍한 고통 때문에 말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는 '봄'과 '보지 못함'의 역설을 상징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 코러스 (The Chorus): 테베의 원로들로 구성된 합창단. 그들은 극의 사건에 대해 논평하고, 관객의 감정을 대변하며,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합니다. 그들은 비극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지켜보며 경악과 연민을 표현합니다.

줄거리

테베 시에 끔찍한 역병이 창궐하자, 시민들은 영웅적인 왕 오이디푸스에게 구원을 호소한다. 오이디푸스는 선왕(先王) 라이오스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내 추방하면 역병이 멈출 것이라는 델포이 신탁의 내용을 듣고, 저주를 퍼부으며 범인을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맹세한다.

그는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조언을 구한다. 테이레시아스는 처음에는 진실을 말하기를 거부하지만,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모욕하자 분노에 차 "당신이 바로 당신이 찾고 있는 그 살인자"라고 폭로한다. 오이디푸스는 이를 크레온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꾸민 음모라고 생각하며 무시한다. 왕비 이오카스테는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지만, 아기는 산에 버려졌고 남편은 세 갈래 길에서 도적들에게 살해당했다며 신탁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남편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세 갈래 길'이라는 말은 오히려 오이디푸스를 공포에 떨게 한다. 그 또한 오래전 그곳에서 한 노인과 시비 끝에 그를 살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가 친아버지로 믿고 있던 코린토스의 왕이 늙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피했다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 사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추가로 전한다. 바로 오이디푸스가 코린토스 왕의 친아들이 아니라, 산에서 주워온 아이였다는 것이다.

모든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자 이오카스테는 진실을 깨닫고 절규하며 궁전으로 달려가 목을 매 자살한다. 마지막 증인인 늙은 목자가 불려오고, 그의 입을 통해 오이디푸스가 바로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아들이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끔찍한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마침내 모든 것을 '보게 된'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옷에서 브로치를 뽑아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스스로를 장님으로 만든다. 장님이 된 그는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죄악의 결과를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절규하며, 스스로 맹세했던 대로 자신을 추방해달라고 크레온에게 애원하며 비극은 막을 내린다.

감상평

'오이디푸스 왕'이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운명과 자유의지'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신탁이라는 정해진 운명에 의해 파멸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선택들이 비극을 불러온 것인가? 소포클레스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그 둘의 비극적이고 필연적인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신탁은 존재하지만, 그 신탁을 실현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오이디푸스 자신의 성격과 행동이다. 그의 오만함, 섣부른 분노, 그리고 진실을 향한 굽힐 줄 모르는 의지가 바로 그를 운명의 덫으로 한 걸음씩 몰아넣는 동력이 된다. 그는 운명의 희생자인 동시에, 자기 파멸의 적극적인 설계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은 '오만(Hubris)'이라는 비극적 결함이다. 오이디푸스는 위대한 왕이지만, 자신의 지성과 능력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인간의 힘으로 운명을 통제하고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오만함이 그의 눈을 가려, 테이레시아스와 같은 예언자의 경고를 무시하게 만들고 파멸을 향해 돌진하게 한다.

'봄(sight)'과 '보지 못함(blindness)'의 주제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아이러니다. 육체의 눈이 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진실을 '보고', 두 눈을 멀쩡히 뜬 왕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마침내 오이디푸스가 끔찍한 진실을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스스로 육체의 눈을 파괴한다. 이는 진정한 앎이란 물리적인 시각이 아니라 영적인 통찰이며, 어떤 진실은 인간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론적으로 '오이디푸스 왕'은 완벽한 플롯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과 한계를 남김없이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진실을 향한 탐구가 해방이 아닌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행복의 절정에 있던 위대한 인간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소포클레스는 우리에게 인간 지식의 한계와 오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우리가 결코 우리 운명의 완전한 주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성찰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