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인간 욕망과 환상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엠마 보바리는 시골 의사와 결혼한 평범한 여성이지만, 현실의 단조로움에 지루함을 느끼고 낭만적인 사랑과 사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문학 속 이상적인 삶을 동경하며 현실에서 탈출하려 한다. 샤를 보바리는 그녀의 남편으로, 순하고 착한 성격이지만 둔감하고 무능하며, 엠마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다. 엠마는 남편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감정을 외도와 소비로 해소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르옹, 루돌프 같은 연인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 외에도 엠마를 경제적으로 파멸시키는 상인 뢰뢰는 당대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그녀의 파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물들은 모두 시대적 가치관 속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줄거리
엠마는 문학에서 배운 낭만적 사랑을 기대하며 시골 의사 샤를과 결혼하지만, 결혼 생활은 곧 따분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감정적 충족을 위해 사치품을 구매하고, 꿈꾸던 삶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돈을 빌리고 외도를 감행한다. 엠마는 루돌프라는 귀족과 연애에 빠지지만, 그는 그녀와 도망가자는 약속을 파기한다. 이후 르옹과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하지만, 결국 현실은 그녀의 환상을 배신한다. 금전적으로도 벼랑 끝에 몰린 엠마는 빚을 갚기 위해 수소문하지만 거절당하고, 결국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한다. 그녀의 죽음 이후 샤를은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끝내 고통 속에서 생을 마친다. 소설은 엠마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 여성의 억압된 삶, 사회의 위선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비극적 결말을 통해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드러낸다.
감상평
『보바리 부인』은 이상을 좇는 인간이 현실과 마주할 때 겪는 절망과 붕괴를 냉정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플로베르는 엠마를 비난하거나 동정하지 않고, 그녀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판단을 맡긴다. 엠마는 단지 한 명의 불륜 여인이 아니라, 시대적 억압 속에서 자아를 찾으려다 실패한 현대인의 전형이다. 그녀가 빠진 환상은 문학이 만들어낸 허상이자, 여성에게 주어진 좁은 선택지 속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러나 사회와 남성 중심 구조는 이를 철저히 배반한다. 플로베르는 화려한 문장이 아닌 정밀한 묘사와 차가운 시선으로, 독자에게 인간 욕망의 비극성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보바리 부인』은 단순한 외도 이야기를 넘어, 여성, 계급, 소비, 문학과 현실 사이의 관계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문제작으로, 사실주의 문학의 전환점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