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金閣寺)'는, 1950년 교토의 국보급 사찰인 금각사(킨카쿠지)가 한 젊은 사승(沙僧)에 의해 실제로 방화된 사건을 소재로 한, 전후 일본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학승(學僧) '미조구치'가 아름다움의 절대적 상징인 금각사에 매료되고, 점차 그 아름다움에 짓눌려 결국 그것을 불태우기에 이르는 과정을 집요한 심리 묘사로 그려냅니다. '금각사'는 단순히 한 범죄자의 심리를 추적하는 것을 넘어, 아름다움과 현실, 인식과 행위, 그리고 삶과 예술 사이의 복잡하고도 파괴적인 관계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탐구입니다.
등장인물
- 미조구치 (Mizoguchi):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젊은 학승입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금각"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 금각사에 대한 절대적인 환상을 키워왔습니다. 그에게 금각사는 숭배의 대상이자, 동시에 현실의 삶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 쓰루카와 (Tsurukawa): 미조구치의 동료 학승이자 유일한 친구. 그는 미조구치와 달리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어두운 내면세계에 갇힌 미조구치를 현실 세계로 이끌어내려 노력합니다. 그는 삶의 밝고 선한 측면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 가시와기 (Kashiwagi): 미조구치가 대학에서 만난 친구. 그는 안짱다리라는 신체적 장애를 가졌지만, 이를 오히려 무기 삼아 세상을 조종하고 여자를 유혹하는, 냉소적이고 영리한 인물입니다. 그는 "인생을 변모시키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행위"라고 주장하며, 생각에만 잠겨있는 미조구치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도센 로시 (Dosen Roshi): 금각사의 주지 스님. 미조구치에게 처음에는 정신적 지주처럼 보이지만, 점차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미조구치의 환멸을 가중시킵니다.
- 금각 (The Golden Pavilion / Kinkaku):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침묵하는 중심. 금각사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영원하고, 불변하며, 완벽한 '아름다움의 이데아' 그 자체로 의인화됩니다. 미조구치에게 금각사는 그를 심판하고, 현실로부터 고립시키며, 그의 모든 삶의 순간에 개입하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줄거리
소설은 주인공 미조구치가 금각사를 방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고백하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말을 더듬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늘 소외감을 느끼며 자란 그는, 승려였던 아버지로부터 "금각사만큼 아름다운 것은 지상에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이는 그의 내면에 금각사에 대한 절대적인 미(美)의 관념을 심어놓는다.
아버지의 죽음 후, 그는 교토의 금각사에 학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실제 금각사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동시에, 그 완벽한 아름다움 앞에서 더욱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그는 미군의 공습으로 금각사가 불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묘한 희열을 느낀다. 자신과 금각사가 함께 비극 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항복하고 금각사가 온전히 남자, 그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진다.
대학에 진학한 그는 냉소주의자인 가시와기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장애를 무기로 삼아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법을 배운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던 친구 쓰루카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를 더욱 깊은 고립으로 몰아넣는다.
미조구치의 머릿속에서 금각사의 아름다움은 점점 더 그를 억압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가 여성과 관계를 맺으려 하는 등, 현실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순간마다, 완벽한 금각사의 환영이 나타나 그를 가로막는다. 그는 점차 이 세상과 나 사이에 가로놓인 금각사를 없애지 않고서는, 결코 진짜 삶을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주지 스님에 대한 환멸과 빚 문제 등이 겹치면서, 그의 생각은 점차 금각사를 불태워 독점하겠다는 파괴적인 결심으로 굳어진다. 마침내 그는 국보인 금각사에 불을 지른다.
방화 후, 그는 근처 언덕으로 도망쳐 불타오르는 금각사를 바라본다. 그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독약과 칼을 버리며,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읊조린다. "살아야겠다."
감상평
'금각사'는 '아름다움의 폭력성'에 대한 심오하고도 불안한 탐구다. 미조구치에게 금각사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위안이 아니라, 자신의 추하고 불완전한 삶을 끊임없이 심판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압제적인 힘이다. 그것은 현실의 삶과 그를 분리시키는 거대한 장벽이다. 이 소설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고 소외시킬 수 있는 비인간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탐구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축은 '인식과 행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다. 미조구치는 자신의 머릿속 세계에 갇혀 행동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의 두 친구는 정반대의 길을 상징한다. 쓰루카와는 삶에 대한 순수한 긍정을, 가시와기는 냉소적이고 지적인 악행을 통한 현실 개입을 보여준다. 미조구치가 마지막에 저지르는 방화라는 극단적인 '행위'는, 그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끔찍하고도 필사적인 시도인 셈이다.
또한 이 소설은 '소외'와 '자아 탐색'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미조구치의 말더듬과 추한 외모는, 세상으로부터 근원적인 소외감을 느끼는 모든 인간의 상징이다. 그는 세상과 관계 맺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가 자신을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아름다움의 궁극적인 상징인 금각사를 파괴함으로써, 비로소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과정은 비극적이고도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결론적으로 '금각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문체와 인간 심리에 대한 서늘한 통찰이 결합된 걸작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한 개인의 어둡고 도착적인 내면을 통해, 예술과 삶, 아름다움과 파괴라는 양극단의 관계를 탐구했다. 방화 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을 파괴한 후에야 비로소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는 한 인간의 공허하고도 섬뜩한 실존적 선언으로, 독자에게 깊고도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