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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등장인물 감상평

행복한삶누리기 2025. 7. 12. 11:13

캐나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는 근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출산율 감소 이후, 가부장적이고 기독교 근본주의적인 독재 국가 '길리어드'가 세워진 암울한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의 걸작입니다. 이 사회에서 여성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오직 그 기능에 따라 분류됩니다. 그중 소수의 가임 여성들은 '시녀(Handmaid)'가 되어, 사령관 계급의 가정에 배속되어 오직 자손을 낳기 위한 도구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오프레드'라는 한 시녀의 시선을 통해, 국가가 여성의 몸과 재생산 능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억압하는지를 섬뜩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등장인물

  • 오프레드 (Offred):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 그녀의 이름은 본명이 아니며, '프레드(Fred)의 소유물(Of Fred)'이라는 뜻을 지닌, 소유의 표식입니다. 길리어드 이전의 '옛날'에는 남편과 딸, 그리고 직업을 가진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억압적인 현실을 건조하고 아이러니한 시선으로 관찰하며,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생존 투쟁을 오갑니다. 그녀는 기억과 이야기라는 행위를 통해 조용히 저항하는 생존자를 대표합니다.
  • 사령관 (The Commander): 오프레드가 배속된 집의 가장이자 길리어드 공화국의 고위 관료. 그는 길리어드 체제를 설계한 인물 중 한 명이지만, 정작 자신은 그 엄격한 규칙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오프레드를 밤에 자신의 서재로 몰래 불러, 금지된 행위인 '스크래블' 게임을 하는 등, 체제의 중심부에서 스스로 위선을 행합니다.
  • 세레나 조이 (Serena Joy): 사령관의 아내. 길리어드 이전에는 복음성가 가수이자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는 유명 인사로서,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현재 속한 억압적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질투와 냉소로 오프레드를 대하지만, 동시에 아이를 얻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 닉 (Nick): 사령관 집의 운전사. 그는 과묵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체제의 감시 요원인 '눈(an Eye)'일 수도, 혹은 저항 세력일 수도 있습니다. 오프레드는 그와 위험하고 열정적인 밀회를 시작하게 되며, 그는 억압된 삶 속에서 유일한 욕망과 탈출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 오브글렌 (Ofglen): 오프레드의 장보기 파트너. 시녀들은 항상 둘씩 짝지어 다니도록 감시받습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오프레드는 그녀를 통해 '메이데이(Mayday)'라는 지하 저항 조직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그녀는 숨겨진 저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 모이라 (Moira): 오프레드의 대학 시절 가장 친한 친구. 그녀는 길리어드 이전부터 자유분방하고 저항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회상 속에서 그녀는 시녀 훈련소를 대담하게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꺾이지 않는 여성의 저항 정신과 연대를 상징합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시녀 '오프레드'의 1인칭 독백으로 진행된다. 그녀의 유일한 임무는 사령관과 그의 부인 세레나 조이를 위해 아이를 낳는 것이다. 이는 성서의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만들어진, 사랑도 쾌락도 없는 '의식(the Ceremony)'이라는 이름의 성적 착취를 통해 이루어진다.

오프레드의 일상은 붉은색 의복처럼 철저히 통제된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감시당하며,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녀의 서술은 암울한 현재와, 사랑했던 남편 루크와 딸이 있었던 자유로웠던 과거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오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령관이 규칙을 어기고 오프레드를 밤에 자신의 서재로 부르기 시작한다. 그는 성관계 대신, 금지된 단어 게임인 스크래블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며, 자신이 만든 체제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한편,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세레나 조이는 사령관이 불임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며, 오프레드에게 운전사 닉과 동침하라고 비밀리에 주선한다. 이는 오프레드와 닉 사이의 위험한 관계로 이어진다.

오프레드는 장보기 파트너인 오브글렌을 통해 지하 저항 조직 '메이데이'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희미한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러나 곧 오브글렌은 체제에 발각되어 고문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프레드는 극심한 공포와 고립에 빠진다.

소설은 모호한 결말로 끝난다. 어느 날 밤, 비밀경찰을 상징하는 검은 밴이 집에 들이닥친다. 닉은 오프레드에게 "메이데이다. 그들을 믿으라"고 속삭이며 차에 타라고 말한다. 오프레드는 자신이 저항 조직에 의해 구출되는 것인지, 아니면 체포되어 끌려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차에 오른다. "나는 어둠 속으로, 혹은 빛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마지막 '역사적 노트' 장에서는, 수백 년이 지난 미래(2195년)의 학술대회에서 길리어드 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오프레드의 이야기를 녹음테이프의 형태로 발견하여 분석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길리어드 공화국은 결국 무너졌지만, 오프레드의 최종적인 운명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는다.

감상평

'시녀 이야기'는 여성의 몸, 특히 재생산 능력이 어떻게 국가 통제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섬뜩할 정도로 현실감 있게 그려낸 페미니즘 디스토피아의 걸작이다. 애트우드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어떻게 여성의 정체성과 자유, 그리고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빼앗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언어'는 권력의 도구이자 저항의 수단이다. 길리어드는 '의식', '비여성(Unwomen)'과 같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현실을 왜곡하고 통제한다. 이에 맞서, 오프레드가 몰래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행위 자체가 가장 강력한 저항이 된다. 그녀는 기억하고 말함으로써, 지워지려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 투쟁한다.

또한 이 소설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다. 오프레드의 회상을 통해, 우리는 사회가 혼란 속에서 점진적으로 전체주의로 빠져드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며 안일하게 대처했음을 알게 된다. 자유는 주어진 것이 아니며, 끊임없는 경계와 노력을 통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녀 이야기'는 예언적인 통찰력으로 가득 찬, 우리 시대를 위한 필독서다. 이 작품은 억압적인 통제 속에서도 사랑과 인간적 유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 정신의 끈질긴 저항을 보여준다. 단순한 디스토피아 소설을 넘어, 권력과 젠더, 그리고 증언의 중요성에 대한 심오한 탐구인 이 책의 모호한 결말은 독자에게 잊을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오프레드의 이야기를 과거의 유물로 듣고 있는가, 아니면 바로 우리 시대를 향한 경고로 듣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