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는 1886년 발표된 이래,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선과 악의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다룬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명망 높은 의사 지킬 박사가 자신의 악한 본성을 분리하기 위해 만든 약을 마시고, 흉측한 괴물 하이드로 변신한다는 이 소설은 단순한 공포 소설을 넘어섭니다. 이 작품은 체면과 위선을 중시했던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내면의 갈등과 그 억압된 욕망이 어떻게 괴물 같은 형태로 폭발할 수 있는지를 예리하게 파헤친 심리 스릴러의 걸작입니다.
등장인물
- 헨리 지킬 박사 (Dr. Henry Jekyll): 런던 사교계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부유하고 학식 높은 의사. 그는 겉으로는 완벽한 신사의 표본이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사회적 평판 때문에 억눌러야만 했던 자신의 사악한 충동과 욕망으로 고뇌합니다. 그는 선과 악을 분리하여 양심의 가책 없이 쾌락을 즐기고자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는, 이중성의 비극을 체현하는 인물입니다.
- 에드워드 하이드 (Mr. Edward Hyde): 지킬 박사의 또 다른 자아이자 그의 악(惡)이 완벽하게 구현된 존재. 그는 키가 작고 흉측한 외모를 가졌으며, 그를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본능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는 도덕이나 양심의 제약 없이 오직 자신의 파괴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에만 충실한, 순수한 악의 화신입니다. 하이드는 지킬 박사가 억압해 온 모든 것입니다.
- 어터슨 변호사 (Mr. Gabriel John Utterson): 이 소설의 주요 서술자. 그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이성적이며, 지킬 박사의 오랜 친구입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지킬 박사와 혐오스러운 하이드 씨 사이의 기이한 관계에 의문을 품고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나갑니다. 그는 비합리적인 사건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신사를 대표합니다.
- 래니언 박사 (Dr. Hastie Lanyon): 지킬 박사의 옛 친구이자 동료 의사. 그는 지킬 박사의 '비과학적이고 선을 넘은' 연구에 반대하여 그와 절교한 상태입니다. 그는 하이드가 지킬로 변신하는 끔찍한 광경을 직접 목격한 후, 자신이 믿어온 이성적 세계관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에 이릅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변호사 어터슨이,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흉측한 남자가 어린 소녀를 짓밟고도 태연하게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하이드가 내민 수표가 존경받는 의사인 헨리 지킬 박사의 서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지킬 박사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망 또는 실종 시 이 미스터리한 하이드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다.
친구의 안위를 걱정한 어터슨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는 하이드의 사악한 행각을 직접 목격하고, 지킬 박사가 점점 더 외부와 단절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얼마 후, 저명한 정치가가 하이드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지킬 박사는 더 이상 하이드와 엮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어터슨을 안심시킨다.
한동안 하이드가 사라지고 지킬 박사는 예전의 사교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했으나, 그는 곧 다시 깊은 은둔 생활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지킬의 또 다른 친구였던 래니언 박사가 정체불명의 충격으로 갑자기 사망한다.
마침내 지킬 박사의 집사가 겁에 질려 어터슨을 찾아온다. 지킬 박사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범인이 실험실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지킬 박사의 옷을 입은 하이드가 독약을 마시고 죽어 있었다.
사건의 모든 진실은 마지막 두 개의 문서를 통해 밝혀진다. 첫 번째는 죽은 래니언 박사가 남긴 편지로, 그가 하이드가 약을 마시고 지킬 박사로 변신하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두 번째 문서는 지킬 박사가 남긴 장문의 고백서다. 그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선과 악을 분리하는 약을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한다. 처음에는 하이드로 변신함으로써 사회적 평판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타락의 쾌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하이드의 악한 본성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나중에는 약의 도움 없이도 불쑥불쑥 하이드로 변신하게 되었다. 결국 지킬로 돌아가는 약마저 효력을 잃자, 그는 영원히 하이드의 육체에 갇히게 될 운명 앞에서 절망적인 자살을 선택한 것이었다.
감상평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인간 본성의 이중성'이다. 스티븐슨은 선과 악이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모든 개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두 가지 힘임을 보여준다. 지킬 박사의 치명적인 실수는 그가 악한 욕망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둘을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오만함에 있다. 그는 악을 격리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오히려 악에게 구체적인 형태와 더욱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이 소설은 당대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과 억압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기도 하다. 지킬 박사는 자신의 사회적 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는 그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그가 하이드를 창조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은밀하게 욕망을 해소하려는 필사적인 시도였다. 이 이야기는 과도한 사회적 억압이 어떻게 인간 내면의 괴물을 키워내고 폭력적인 형태로 분출하게 만드는지를 암시한다.
또한 이 작품은 '프랑켄슈타인'과 마찬가지로, 과학이 도덕적 경계를 넘어섰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킬의 실험은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동료인 래니언 박사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던 '초월적인' 영역에 발을 들였고, 그 결과는 끔찍한 파멸이었다.
결론적으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빅토리아 시대를 넘어 현대인에게도 깊은 공명을 일으키는 심리 스릴러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문명이라는 세련된 표면 아래, 그리고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서늘하게 비춘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괴물은 종종 우리 자신이 내면에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또 다른 나일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상기시킨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부정하거나 파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에게 더욱 끔찍한 힘을 부여할 뿐이라는 강력한 경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