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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등장인물 감상평

행복한삶누리기 2025. 7. 4. 15:14

1719년에 발표된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는 한 남자가 무인도에 표류하여 28년간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린, 서양 소설사의 서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안락한 중산층의 삶을 거부하고 모험을 찾아 나선 주인공이, 완전한 고독 속에서 자신의 이성과 노동력만을 무기 삼아 야생의 자연을 길들이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이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서바이벌 서사'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근대적 개인의 탄생, 자연과 문명의 관계, 그리고 제국주의의 시선 등 깊이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는 중요한 고전입니다.

등장인물

  • 로빈슨 크루소 (Robinson Crusoe):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 안정된 삶을 권하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부와 모험을 찾아 바다로 떠난 영국의 중산층 청년입니다. 항해 중 난파되어 무인도에 홀로 표류하게 된 후,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놀라운 의지와 지혜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합니다. 그는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며, 부지런한 인물로,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근대적 개인주의의 상징입니다.
  • 프라이데이 (Friday): 크루소가 식인종들에게서 구해준 카리브해 원주민 청년. 크루소는 자신이 그를 구한 날이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는 크루소에게 영어를 배우고 기독교로 개종하며 충실한 동반자이자 하인이 됩니다. 그의 존재는 크루소의 외로움을 덜어주지만, 동시에 '문명인'인 크루소와 '야만인'인 프라이데이의 관계는 당시 유럽의 제국주의적 시선을 반영하는 복합적인 상징이 됩니다.
  • 잴리 (Xury): 크루소가 해적에게 잡혀 노예 생활을 할 때 함께 탈출한 어린 소년. 그는 크루소를 돕지만, 나중에 크루소에 의해 포르투갈인 선장에게 노예로 팔려나갑니다. 이 사건은 주인공 크루소가 가진 실용주의적이고 도덕적으로 모호한 일면을 초반에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줄거리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로빈슨 크루소는 안정된 삶을 살라는 아버지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19세에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간다. 그의 첫 항해는 폭풍으로 난파되고, 두 번째 항해에서는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가 되는 등 재난의 연속이다. 그는 노예 생활에서 탈출하여 브라질로 건너가 사탕수수 농장주로서 성공적인 삶을 꾸린다.

더 큰 부를 위해 농장에 필요한 흑인 노예를 구하러 아프리카로 직접 항해를 떠나던 중, 그의 배는 끔찍한 폭풍우를 만나 난파되고 크루소는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남아메리카 해안의 한 무인도에 표류한다. 그는 난파선에서 건져온 각종 도구와 물품들을 이용해 섬에서의 생존을 시작한다. 그는 튼튼한 요새와 집을 짓고, 달력을 만들어 날짜를 기록하며, 야생 염소를 길들여 목축을 하고, 야생 보리를 경작하여 빵을 만드는 등, 문명의 기술을 하나씩 재현해 나간다.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그는 난파선에서 가져온 성경을 읽으며 깊은 종교적 성찰에 빠지고, 자신의 생존이 신의 섭리(Providence)에 의한 것이라고 믿게 된다. 섬에서 혼자 15년을 보낸 어느 날, 해변에서 인간의 발자국 하나를 발견하고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다. 몇 년 후, 그는 섬을 방문한 식인종들이 의식을 치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식인종들의 포로 중 한 명을 극적으로 구출하고, 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는 프라이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자신의 종교를 전파하며, 그를 충실한 하인이자 동반자로 삼는다. 둘은 함께 힘을 합쳐 다른 식인종들의 습격을 막아낸다.

섬에 표류한 지 28년째 되던 해, 반란이 일어난 영국의 배 한 척이 섬에 도착한다. 크루소는 자신의 섬에 대한 지식과 전략을 이용해 선장을 도와 반란을 진압하고 배를 되찾는다. 마침내 그는 프라이데이와 함께 그토록 그리워하던 영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브라질의 농장이 막대한 부를 창출했음을 알게 되고, 결혼하여 안정된 삶을 꾸리며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회고한다.

감상평

'로빈슨 크루소'는 '근대적 개인'의 탄생을 알리는 선언문과도 같은 작품이다. 주인공 크루소는 신분이나 가문이 아닌, 오직 자신의 이성과 노동, 그리고 합리적인 계획을 통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자수성가형 인간'의 원형이다. 그는 섬을 체계적으로 탐사하고, 자원을 목록화하며,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는다. 이는 자연을 정복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근대적 세계관과, 부지런한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완벽하게 결합된 모습이다.

또한 이 소설은 '문명 대 자연'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탐구한다. 크루소의 섬 생활은 혼돈스러운 자연에 인간의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그는 울타리를 치고, 시간을 기록하며, 야생 동물을 가축으로 만든다. 그의 이야기는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하고 통제하려는 서구 문명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힐 수 있다.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관계는 이 소설에서 가장 복잡하고 논쟁적인 부분이다.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의 생명의 은인이지만, 동시에 그의 문화와 언어, 종교를 지우고 자신의 것을 이식하는 '지배자'로서 군림한다. 그는 프라이데이를 동등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충직한 '소유물'로 여기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이 관계는 당시 유럽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식민지 지배의 논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서, 오늘날 '포스트 колониализм' 비평의 중요한 텍스트로 다루어진다.

결론적으로, '로빈슨 크루소'는 단순한 모험 소설을 훨씬 뛰어넘는,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작품이다. 이 소설은 사실적인 묘사와 치밀한 구성을 통해 '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동시에 개인주의, 자본주의, 제국주의 등 근대를 형성한 핵심적인 이념들을 담아냈다. 한 인간의 고독한 생존기는 그렇게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현대 문명의 기원을 탐색하게 하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았다.